[무비CLIP] 원작에 집중한 '좀비딸'…'전독시'와 다른 행보

작성자: 문수진 / 1일 전

흥행은 기회로

사진: NEW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좀비딸'이 이번 주말에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자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좀비딸'은 전날 하루동안 2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람객수는 70만3010명이다.


작품은 이번 주말까지 손익분기점인 220만명을 가뿐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여름 방학 특수와 무더위, 정부지원 국민 영화관람 할인권 등의 긍정적인 영향 덕분으로 보인다. 이처럼 침체기 극장가의 반전 카드로 떠오른 '좀비딸'은 이윤창 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 수아(최유리 분)를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 정환(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원작 웹툰의 매력포인트를 제대로 살리며 원작 팬들의 사랑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


우선 '좀비딸'의 마스코트 애용이는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원작에도 큰 인기를 끌며 이모티콘으로도 출시된 애용이는 작중 등장하는 정환과 수아의 반려묘다. 웹툰 속 애용이는 시크한 면모와 사람 같은 모습을 보여 독자들의 웃음을 유발했는데, 이러한 요소는 영화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영화 제작진은 이를 살리기 위해 직접 전국을 수소문해 애용이와 닮은 치즈태비 고양이를 찾아 오디션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결국 CG로 계획했던 장면들 중 상당수가 실제 촬영으로 전환되면서 관객들은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한 애용이를 만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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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배우와 캐릭터 간의 완벽한 싱크로율도 한몫했다. 이중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바로 정환의 어머니이자 수화의 친할머니인 밤순이다. 이정은은 비주얼이나 연기 면에서 밤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웹툰보다 더 웹툰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원작 팬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든 것이 또 있다. 독자들이 최고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꼽은 이윤창 작가 특유의 개그 코드다. 좀비 흉내를 내서 탈출한다거나, 물리고 보니 좀비가 틀니를 낀 할머니였다는 식의 개그는 조정석 등 배우들의 호연과 만나 훌륭한 가점이 됐다. 이외에도 정환의 친구인 동배(윤경호 분), 첫사랑 연화(조여정 분) 역시 원작의 개그 코드를 영화에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좀비딸'은 말 그대로 원작을 바이블 삼아 만들어진 영화다. 이는 일주일 앞서 개봉한 웹소설 원작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물론 웹툰과 웹소설, 원작 분량, 장르성 등 어쩔 수 없는 차이는 있다. 다만 원작 팬들을 끌어들일 것인지, 이들의 원성을 감수하고 대중을 노릴 것인지 확실한 노선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전지적 독자 시점'과 같이 장르성 짙은 '성좌물'은 더욱 그렇다. 300억원대라는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전지적 독자 시점'의 손익분기점은 600만명이지만, 현재 누적관객수는 85만여명에 그쳐 갈 길이 멀다.

 

'좀비딸'은 원작과의 찰떡 싱크로율을 내세워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원작과 다른 행보로 아쉬운 스코어를 얻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좀비딸'은 문화가 있는 날, 정부지원 국민 영화관람 할인권 배포 등 다양한 기회를 살려 원작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영화화에 성공하는 미래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