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극 한계 뛰어넘는 배우들 열연
사진: 글림아티스트
올여름 무더위를 피해 관객들을 시원한 공연장으로 이끈 창작 뮤지컬 '더 크리처'가 지난달 31일 성황리에 초연 무대를 마무리했다.
'더 크리처'는 개막 전부터 초연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특히 젠더리스 캐스팅을 도입해 박사 역에 박민성 정인지 이형훈 신은호, 괴물 역에 문태유 전성민 조환지 옥진욱이 이름을 올렸다. 무대와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 중인 배우들과 신예 배우들이 어우러진 캐스팅 조합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와 궁금증을 더했다.
작품은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을 모티브로 한다. 원작 소설의 결말에서 이야기를 출발시켜 눈보라가 몰아치는 18세기 북극 한복판에서 창조주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피조물 괴물이 재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복수와 증오로 맞선 두 인물은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괴물은 박사에게 버려진 존재로서의 이유와 정체성을 묻는다. 그 끝에서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며 극은 빠른 호흡으로 전개된다.
러닝타임 90분은 순식간에 흘러가며 2인극의 한계를 뛰어넘는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박사 역의 박민성은 앞서 대극장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을 연기한 경험을 살려 캐릭터의 이해도와 몰입도를 높였고 정인지는 드라마 '파친코' 등을 통해 입증한 탄탄한 연기력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보여주며 괴물 역 전성민과 함께 남성 배우 조합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무대 연출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곡선 무대를 활용해 공간감을 확장하고 '레이저 커팅 가공법'으로 구현한 나무 뿌리와 가지 장치는 생명 창조의 이미지를 무대에 투영했다. 여기에 레이저 조명은 긴장감과 감정선을 극대화했으며 푸른빛과 회색을 중심으로 한 톤 앤 매너와 깨진 스테인드글라스 장치는 관객이 실제 북극에 있는 듯한 서늘함과 작품의 상징성을 전달했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두 배우가 이끄는 무대였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순간마다 무대가 벅찰 만큼 강렬했다", "배우들의 열정과 넘버가 인상적이었다", "페어별 캐릭터 해석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무대와 조명, 특수효과까지 완벽했다", "재연으로 꼭 다시 보고 싶다" 등 호평을 쏟아냈다.
초연을 향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지만 연출 김지호를 필두로 작가 김지식, 작곡가 유한나, 안무감독 이현정 등 젊은 창작진이 의기투합해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를 완성해 냈다. 앞서 연극 '애나엑스' 초연을 성공리에 이끈 김지호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호평을 얻었다.
이처럼 뮤지컬 '더 크리처'는 과학의 발전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책임과 사랑임을 일깨우며 허구와 현실의 경계 속에서 인간이 무엇으로 완성되는가를 묻는 깊은 울림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