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로 욕 먹은 기훈이까지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서사에 따라 선역과 악역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초반엔 선한 캐릭터인 것 같아보이는데 오래 볼수록 시청자의 짜증을 유발한 캐릭터가 있다. 일명 '고구마 캐릭터'라고도 하는, 시청자들을 잔잔하게 분노케 하는 캐릭터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가 있다.
무려 시즌3까지 나올정도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본 인간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마지막 시즌에서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담아 뜨거운 인기를 이어갔다.
극 중 기훈은 잔혹한 게임이 이어지는 극한의 상황 속에도 이성만큼 감성에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시즌1에서는 상우(박해수 분), 새벽(정호연 분)에게 오지랖을 부려 일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작품을 둘러싼 인기가 국내를 비롯해 해외로까지 퍼지며 기훈을 연기한 이정재는 글로벌로 '웃픈' 질타를 받기도 했다.
사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오징어 게임'에 기훈이 있다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는 박보영이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23년 8월9일 한국에서 개봉된 엄태화 감독의 작품으로,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아 있는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생존자들이 펼치는 치열한 갈등과 생존 규칙을 그린 재난 스릴러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 대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작품에는 극한의 상황 속 인간의 변모가 가감없이 담겼다. 그 중에서 박보영이 연기한 명화는 생존에 목 매는 주민들 사이에서 끝까지 인간성을 지키고자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대책 없이 이상만 좇는 인물이라는 혹평으로 관객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영화를 끝까지 살펴보면, 명화 같은 사람들이 유토피아를 만들어낸다는 게 하나의 메세지이지만 관객들은 "역대급 답답한 태릭터였다", "한편으로는 이해 갔지만 최고 빌런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tvN '치즈인더트랩',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작품 속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캐릭터들은 이미 10년여 전부터 존재해왔다. 대표적인 캐릭터는 2016년 종영한 tvN '치즈인더트랩' 민수다. 민수는 착한 듯 보이나 알고 보면 제일 답답해 짜증을 야기하는 홍설(김고은 분)의 친구로, 배우 윤지원이 열연을 펼쳤다. 이 작품의 경우 이미 웹툰으로 인기를 모았던 바. 웹툰 공개 당시부터 시청층의 분노를 유발했다.
이외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온조 역할을 맡았던 배우 박지후도 극 중 답답함을 유발하는 캐릭터로 주목받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극 중 박지후는 좀비로 변한 친구를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지만 소방관인 아빠에게 배운 남다른 위기 대처 능력으로 친구들을 돕는 온조 역을 맡았다. 하지만 친구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답답한 온조의 행동으로 인해 '발암 캐릭터'라는 반응을 얻었다.
이들 캐릭터에는 공통점이 있다. 선한 캐릭터인 줄로만 알았는데 '선함' 속에 가려진 답답함이 후반으로 갈수록 크게 대두됐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악역'으로 다가와 나쁜 인상을 주는 것 보다 오히려 더 반감이 든다는 '웃픈'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