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결핍' 품은 '아몬드·다 이루어질지니'…눈물 버튼 ON

작성자: 이유리 / 17시간 전

인간의 '본성'과 감정의 '근원'에 대한 답

사진: 라이브(주), 넷플릭스

 

최근 극장가와 브라운관을 눈물로 적신 두 작품이 관객과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세상은 감정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울지 않으면 차갑다고, 공감하지 않으면 괴물이라고 말한다. 뮤지컬 '아몬드'의 선윤재(문태유, 윤소호, 김리현 분)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의 기가영(수지 분)은 '감정이 없는 아이'로 불리며 세상 속에서 자라났다. 하지만 두 인물은 누구보다 인간을 이해하려 애쓴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결핍을 지닌 인물을 통해 결국 감정을 학습하는 인간이라는 동일한 서사를 완성한다.

 

 

사진: 라이브(주)

 

지난달 19일 개막한 뮤지컬 '아몬드'에서 선윤재 역은 '알렉시티미아(Alexithymia)'라 불리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다. 편도체가 작게 타고난 그는 기쁨, 슬픔, 사랑, 두려움 같은 감정을 문자로만 인식한다. 세상과 어울리기 위해 감정의 뜻과 표정을 공식처럼 외워보지만 사람들은 그를 표정 없는 괴물로 바라본다. 불의의 사고로 할머니(강한나, 허순미 분)가 눈앞에서 세상을 떠나고 엄마(금보미, 이예지 분)가 식물인간이 되는 순간에도 그는 울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분노로 가득한 친구 곤이(윤승우, 김건우, 조환지 분)와 감성적인 소녀 이도라(김이후, 송영미, 홍산하 분)를 만나며 선윤재의 내면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그동안 선윤재의 감정 교육은 엄마와 할머니에게만 의존해 있었기에 모든 것이 서툴렀다. 하지만 심박사(이형훈, 안창용 분), 곤이, 이도라를 비롯한 어른들과 친구들은 그를 고치려 하기보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 세상과 부딪치며 배우도록 이끈다. 이를 통해 작품은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이 완전한 변화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임을 일깨운다. 감정을 배우는 한 소년의 여정은 결국 두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 3일 전 세계에 공개된 '다 이루어질지니'에도 선윤재와 닮은 인물이 등장한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사이코패스인 기가영은 감정의 결핍을 지녔지만 사랑과 훈육 속에서 사회화된 어른으로 성장했다.


천 년 만에 깨어난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 분)를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두고 펼쳐지는 이 드라마는 겉으로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본성과 감정의 근원을 묻는 질문이 깔려 있다.


어린 시절 기가영은 자신을 버린 엄마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받고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며 '감정 훈육'을 받는다. 할머니는 개구리 해부에 집착하던 손녀의 손등에 상처를 내며 아픔을 가르쳤고 사람의 표정을 구분하며 감정의 이름을 외우게 했다. 또한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마을 사람들과 친구 최민지(이주영 분)가 함께했다. 이들은 "사이코패스지만 우리가 바르게 키운 아이"라며 기가영을 감싸 안는다. 그 사랑과 훈육의 기억이 쌓여 기가영은 비로소 '감정을 흉내 내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두 작품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느낀다고 여겨온 감정의 영역을 정면으로 다룬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인물들을 통해 '다름'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두 인물이 끝내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그들의 서툰 진심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눈물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극장과 브라운관을 울린 두 작품은 감정의 결핍을 통해 오히려 인간의 본질을 가장 선명하게 비춘다. 두 인물이 전하는 서툰 진심과 회복의 여정은 직접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확인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