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파워가 중요한 공연계에서 아이돌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 2일 공개된 뮤지컬 서편제에 스테이씨 시은이 캐스팅되며 논란이 일었고 이를 계기로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을 둘러싼 시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룹 동방신기 출신 시아준수(본명 김준수)는 탄탄한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대극장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EXID의 솔지 역시 꾸준한 무대 경험을 통해 공연계에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가능성과 함께 제기되는 과제들을 짚어본다.
김준수는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뮤지컬 무대에 도전했다. 당시 임태경, 박건형, 박은태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같은 역할에 캐스팅되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고 김준수가 출연한 회차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기대 이상의 열연으로 김준수는 자유를 갈망하는 천재 음악가 볼프강 모차르트의 삶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첫 뮤지컬 무대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흔들림 없는 무대 장악력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신이 선택한 음악 신동' 모차르트를 설득력 있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고난도의 넘버와 감정 기복이 큰 서사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가수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깨뜨렸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작품을 통해 김준수는 연기력과 가창력 모두에서 아이돌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호평을 받았다. 공연을 지켜본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역시 두 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만족감을 드러냈고 직접 대기실을 찾아 김준수를 격려한 일화는 그의 데뷔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김준수는 엘리자벳, 드라큘라, 데스노트, 엑스칼리버 등 대형 창작·라이선스 뮤지컬에서 연이어 주연을 맡으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왔다. 작품마다 높은 티켓 파워를 보여주며 '믿고 보는 캐스팅'으로 자리매김했고 단순한 아이돌 출신이 아닌 독보적인 색을 지닌 뮤지컬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한 차례 가창력 논란에 휩싸였던 그룹 엑소(EXO)의 리더 수호는 2017년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를 통해 공연계 데뷔를 알렸다. 작품에는 당시 전동석, 카이 등 당대 정상급 배우들과 함께, 아이돌 출신인 빅스 레오(본명 정택운)까지 캐스팅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수호는 캐스트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이자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에서 앳된 이미지가 강했으나 무대 위에서는 의외의 남성성과 안정감을 보여주며 기대 이상의 평가를 이끌어냈다. 황태자 루돌프 역에 어울리는 단정하고 선이 고운 외모, 그리고 뮤지컬 무대에 충분히 대응 가능한 탄탄한 보컬이 강점으로 꼽혔다. 관객 평에 따르면 수호를 보기 위해 찾은 객석의 분위기 역시 여느 회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특정 팬덤 위주의 소비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러나 수호는 2023년 캐스팅된 모차르트!에서 실력에 대한 문제로 발목을 잡혔다. 당시 작품의 프레스콜 이후 수호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버블을 통해 "우리 팬분들이 아니어도 일반 관객 여러분, 많은 배우분, 기자님들도 극찬해 주신 제 공연을 왜 '현재 반응 안 좋은 수호 뮤지컬'이라는 글로 저를 폄하하려는 걸까요"라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수호는 "제가 조금만 실수해도 지금 이렇게 조롱하고 비하당할 게 그려지기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일부 누리꾼이) 실수한 부분만 편집해서 쇼츠로 만들어 조롱하고 비하하는 것도 봤다"고 털어놨다. 이어 "프레스콜 때 김희재 배우가 갑작스럽게 당일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부르는 넘버도 바뀌고 더 긴장되어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를 제 성에도 차지 못하게 부른 건 저도 지금도 아쉽다"라며 "그래서 JTBC 예능 K-909에서 다시 한번 선곡해서 불렀다. 어떻게 불렀는지는 2주 후에 그들도 들어볼 수 있겠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제가 부족함이라고 생각하고 무대로 증명해 보이겠다 생각하고 묵묵히 연기하고 노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력 논란으로 큰 스트레스를 겪었던 수호는 해당 작품 이후 현재까지 차기작 소식이 없는 상태다.
그룹 EXID 멤버 솔지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올해의 여자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대중과 업계로부터 인정받았다.
솔지는 2023년 식스 더 뮤지컬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이후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의 조력자 설희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표현과 탄탄한 가창력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 작품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뮤지컬계에서도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솔지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공연 준비 과정은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무대를 완주했을 때 느끼는 희열이 크다"라며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낼 때 오히려 치유를 받는 느낌을 받는다. 새로운 것을 배우며 즐겁게 무대에 서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솔지는 뮤지컬 렌트에 출연 중이며 공연은 오는 22일까지다.
첫 뮤지컬 도전임에도 특혜 논란에 휩싸인 스테이씨 시은은 개막 전부터 적지 않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 2일 공개된 뮤지컬 서편제의 캐스팅 라인업 가운데 가장 큰 화두는 송화 역이었다. 이번 시즌부터 송화 역에는 노년 송화가 추가로 캐스팅됐는데 이 노년 송화는 시은의 회차에만 등장한다. 시은이 유일하게 대역을 사용하는 구조가 알려지면서 누리꾼 사이에서는 형평성과 캐스팅 적절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또 다른 논란은 극 중 동호는 송화보다 어린 인물로 설정돼 있으나 송화 역의 시은은 2001년생(24세), 동호 역의 김경수는 1982년생(43세)으로 실제 나이 차가 커 몰입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시은이 팬 플랫폼 커뮤니티 버블을 통해 "내 얼굴로 70대 역을 소화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괴리감이 있을 수 있다"라며 "최연소 송화라 여러모로 부담된다"라고 밝힌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이에 일부 누리꾼은 "부담이 된다면 대극장 무대가 아닌 소극장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 "초연 당시 차지연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해당 발언이 경솔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개막 전부터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무대 위에서 시은이 어떤 연기로 이러한 논란에 답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최근들어 더보이즈 뉴, 크래비티 우빈, 트리플에스 김채연 등 아이돌들의 뮤지컬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들이 무대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는 결국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