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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청춘의 일탈, 도파민 터뜨리며 막 내린 연극 '포쉬'

젠더 프리 캐스팅의 좋은 예

연극, 포쉬, 상류층, 엘리트, 라이엇클럽, 젠더프리, 캐스팅, 이예준, 이서현, 김아론, 김리현, 강은빈, 정지우, 대학로
사진: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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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영화 만약에 우리가 풋풋한 청춘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관객의 공감을 자극했다면 연극 포쉬(POSH)는 상류층 학생들의 일탈을 전면에 내세워 도발적인 쾌감으로 정반대의 지점을 파고들었다.

포쉬는 지난 11일 총 37명의 배우들과 함께 전 시즌의 흥행을 이어가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포쉬는 2023년 초연 이후 젠더 프리 캐스팅 방식을 꾸준히 이어오며 화제를 모아왔다. 배역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배우의 매력과 역량을 중심으로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같은 역할이라도 클럽의 리더 제임스를 여성 배우가 연기할 경우 제이미로 이름을 변주해 남성 배우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형식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인물 해석의 폭을 확장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작품은 실제 영국 옥스퍼드 출신 상류층 사교 모임인 벌링턴 클럽을 모티브로 가상의 클럽 '라이엇 클럽'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일탈을 풍자한다. 블랙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바탕으로 포쉬는 세상을 지배하는 계층이 여전히 상위 1%의 엘리트임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결코 특별한 존재만의 것이 아님을 드러낸다. 또한 실내에서 담배를 피고 벽지를 찢는 등 일탈을 즐기던 인물들이 위기 앞에서 각자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서로를 배신하는 과정은 권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나약해질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모순과 상황은 무대 장치에서도 효과적으로 구현됐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테이블 다리 아래 또 하나의 테이블이 존재하는 구조다. 무대는 '테이블 위의 테이블'이라는 설정 아래, 공중에 매달린 네 개의 테이블 다리를 통해 라이엇 클럽을 둘러싼 논란과 불안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펍이라는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클래식한 의상을 입은 열 명의 인물들은 상류층 학생들의 일탈이 일회성이 아닌 반복되는 관습임을 암시한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폭발하는 에너지와 씁쓸한 사회 인식이 반복되며 재밌으면서도 화가 나는 묘한 경험이었다", "여성 배우 10명이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 흔치 않은데 연기 디테일 덕분에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는다", "등장인물이 많음에도 배우 한 명 한 명이 또렷하게 보이고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포쉬는 열 명이 넘는 배우들이 110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며 웃음 뒤에 남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 혹은 나 또한 라이엇 클럽의 멤버들처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