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드라마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지만, 이들 사이에서 나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바로 "황실 로맨스물에 빠지면 답도 없다"는 말이다. 워낙 작품화 자체가 희귀해 한 번 마음주면 몇 년이고 이 장르만 기다린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모두를 과몰입하게 했던 황실 로맨스 궁이 지고 바야흐로 21세기 대군부인이의 시대가 도래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이 평민이라 짜증스러운 여자(아이유 분)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변우석 분)의 운명 개척 신분 타파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총 12부작으로,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40분 방송되며 현재까지 총 4회차가 방영됐다.
최근 방송에서는 계약 결혼 승낙 이후 점차 가까워지는 성희주(아이유 분)와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관계 변화가 그려졌다. 또한 성희주가 궁인들과 점차 가까워지고 최상궁에게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는 새로운 케미스트리를 형성했고, 기존의 모습과는 또 다른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이처럼 아이유는 21세기 대군부인에서 안정적인 연기 호흡과 자연스러운 보이스 톤으로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당당함과 짜증, 사랑스러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을 유연하게 오가며 극의 몰입도를 견인, 성희주의 입체감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을 얻는다.
변우석의 변신도 놀랍다. 서늘한 눈빛 뒤에 가려진 이안대군의 다정함이 훈훈함은 물론 설렘까지 더하고 있다. 자신과의 스캔들에 곤혹스러울 성희주를 배려하고, 전화 너머로 들려온 비명이 신경 쓰여 산적한 일을 미뤄두고 성희주의 집으로 향하는가 하면, 계란 투척을 당했다는 말에 다친 데가 없는지 걱정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성희주의 계약결혼 제안을 받아들인 뒤 완전히 달라진 이안대군의 변화가 흥미를 돋웠다.
21세기 대군부인 최근 방영 회차는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이 13.8%까지 치솟고, 디즈니플러스 TV쇼 부문 글로벌 4위, 비영어권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야말로 '대군부인의 시대'다.
불과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당시에는 배우 주지훈, 윤은혜 주연의 드라마 궁이 황실 로맨스물 흥행의 기반을 닦으며 전국의 드라마 팬들을 과몰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궁은 인기만화 '궁'을 원작으로 하며, 평범한 신분의 여고생 채경(윤은혜 분)이 할아버지끼리의 약속 때문에 왕위 계승자인 세자 이신(주지훈 분)과 정략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시 윤은혜는 명량한 여주의 정석으로 등장해 극에 활기를 불었으며 시크하지만 '츤데레' 매력이 있는 이신 역의 주지훈이 여심을 더격하는 연기력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그때는 그야말로 '궁 열풍'이 전국을 뒤덮었다. OST, 장면 하나하나까지 화제가 됐고, 이 인기는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지금까지 '황실 로맨스 작품'을 떠올리면 단연 궁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했다. '황실판 아내의 유혹'이라 불린 황후의 품격과, '황실 로맨스에 판타지 설정'까지 더해진 더 킹: 영원의 군주가 있었지만 21세기 대군부인 만큼의 파급력을 일으키진 못했다. 가볍게 보기 좋은 달달한 장면부터 휘몰아치는 로맨스, 이 두 세계를 확장해 판타지성 요소를 덧붙인 21세기 대군부인 설정이 뿔뿔이 흩어져 있던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 아닐까. 시청률부터 화제성, OTT 수치까지 싹쓸이하며 글로벌 대세 드라마의 인기를 입증하고 있는 이 작품이 궁의 인기와 화제성을 뛰어넘어 '황실 로맨스 드라마계'의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