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혼자 남은 10cm→안지영…'1인 밴드'로 다시 빛나다
멤버는 줄었지만, 넓어진 음악
사진: 십센치, 볼빨간사춘기, 치즈, 소란 인스타그램
데이식스, 큐더블유이알(QWER) 등이 활약하며 가요계에 밴드 열풍이 불고 있다. 여러 멤버가 각자의 악기를 맡아 합주하며 밴드는 특유의 시너지를 내뿜는다. 그런 가운데 홀로 밴드의 이름을 지켜가는 이른바 '1인 밴드'도 눈에 띈다. 이들은 단순한 솔로가 아닌, 팀의 정체성과 이름을 고스란히 이어가며 새로운 형태의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악기와 보컬, 작사와 작곡을 모두 소화하는 싱어송라이터형 아티스트들이 늘어나면서, 밴드의 외형은 작아졌지만 그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는 추세다.
십센치(10CM)의 권정열은 대표 1인 밴드 주자다. 2017년 멤버 윤철종이 건강 및 사생활 문제로 팀을 떠나며 혼자 남게 된 권정열은 밴드 이름을 유지한 채 모든 곡의 프로듀싱과 보컬을 직접 맡으며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데뷔한 십센치는 '아메리카노', '스토커', '폰서트', '너에게 닿기를'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특히 올해 3월 발매된 '너에게 닿기를'은 역주행 신화를 쓰며 음원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현재 권정열은 KBS2 '더 시즌즈-10CM의 쓰담쓰담' MC로도 활약 중이다.
2014년 엠넷 오디션 '슈퍼스타K6'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던 볼빨간사춘기는 '우주를 줄게', '나만 안 되는 연애' 등으로 사랑을 받았다. 2020년 기타리스트 우지윤이 안지영과의 불화로 탈퇴한 뒤, 밴드는 안지영 1인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안지영은 불안 증세로 활동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지영은 곧 무대로 돌아왔다. 안지영은 '나비효과', '러브 스토리' 등을 통해 변함없는 감성 보컬을 들려주며 '혼자서도 밴드의 정체성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볼사=안지영'이라는 인식이 공고해졌다.
밴드 치즈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2011년 4인조로 시작한 치즈는 멤버 교체를 거치며 2017년부터 보컬 달총의 1인 체제로 전환됐다. 달총은 '우린 어디에나', '오늘의 기분' 등으로 꾸준히 음악 색깔을 확장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개인 레이블을 설립, 본격적인 프로듀싱 활동을 시작했다. 달총이 이끄는 치즈는 여전히 음원 차트에 강한 '감성 브랜드'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소란의 보컬 고영배가 1인 밴드 대열에 합류했다. 소속사 엠피엠지뮤직은 "오는 17일 발매되는 새 미니앨범 '드림'(Dream) 활동과 내년 1월 콘서트를 끝으로, 각자 음악 활동에 집중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후 소란은 고영배 1인 체제로 전환된다"라고 설명했다.
2010년 데뷔 이래 '리코타 치즈 샐러드', '살빼지 마요' 등 세련된 팝 감성으로 사랑받아온 소란은 유쾌한 무대 매너로도 정평이 나 있다. 멤버들은 "다툼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위한 결정"이라고 전해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1인 밴드는 더 이상 '해체의 결과'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진화'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혼자 남은 보컬이 밴드 이름을 지켜내며 음악적 정체성과 팬덤을 유지하는 동시에 더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멤버는 줄었지만, 음악은 넓어졌다. 현재 한국 가요계는 '함께'보다 '스스로'의 방식으로 밴드의 정의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