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PICK] 빨간불 켜진 '전독시' 흥행…멀어져 가는 손익분기점
반전 가능성은?
사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제작비 3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국내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작품은 '좀비딸' 등에게 밀리며 박스오피스 순위권이 뒤쳐진 데다 예매율에서도 개봉을 앞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악마가 이사왔다', 'F1 더 무비' 등에 밀리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 왜 흥행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을까.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필감성 감독이 연출한 '좀비딸'은 전일(4일) 18만4925명의 관객을 모으며 누적관객수 205만명을 돌파했다.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이야기를 그린 코믹 드라마다. 인기 네이버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조정석,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최유리 등이 출연했다.
제작비가 110억원 규모로 알려진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220만 수준이다. 개봉 4일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6일차에 200만 관객을 넘겼다. 예매율(5일 기준)에서도 오는 22일 개봉하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에 이어 17.5%로 2위를 달리는 만큼,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작품의 흥행 비결로는 원작 웹툰의 인지도를 비롯해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 장르적 신선함 등이 언급된다. 특히 작품은 '전지적 독자 시점, 'F1 더 무비', '악마가 이사왔다' 등 숱한 경쟁작을 제치고 전체 예매율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부분이 강력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대를 모았던 '전지적 독자 시점'이 위기에 빠졌다. '좀비딸'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으나 화제성에서는 밀리는 모양새다. '좀비딸'이 18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던 날, '전지적 독자 시점'은 관객 1만4200명 동원에 그쳤다. 누적관객수도 98만8166명으로 100만조차 채우지 못했다.
사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손익분기점이 600만명으로 알려진 작품의 향후 흥행도 안갯속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좀비딸', '악마가 이사왔다', 'F1 더 무비'가 예매율 1~4위를 기록 중인 가운데 '전지적 독자 시점'은 예매율 1.5%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동안 연재된 웹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퇴근길에 소설 속 세상에 들어가게 됐다는 설정을 담은 아포칼립스 장르물이다. 인류 멸망 위기의 순간,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김독자가 팀을 구축하고 위기를 뛰어넘으며 세상을 구원해 가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위인 '성좌'가 등장하며 분위기를 고취시킨다. 2018년 1월 연재를 시작해 2020년 2월까지 2년간 방대한 세계관을 보여주며 웹소설은 뜨거운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예고편이 공개된 후 이순신 장군 성좌를 등에 업은 여고생 캐릭터가 칼이 아닌 총을 든다는 설정은 원작 팬들의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논란이 커지자 원작자인 싱숑 작가는 "영상화는 원작에 대한 재해석인 만큼 의미 있는 시도였다"라고 설명했지만, 돌아선 원작 팬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엔 부족했다.
여기에 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연기력 논란까지 겹치면서 작품은 개봉 전부터 흥행의 원동력을 잃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개봉 첫날이었던 지난달 23일 12만2481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으나 28일 'F1 더 무비'에 1위 자리를 내어줬다. 30일부터는 '좀비딸' 기세에 밀리더니 31일부터는 '배드 가이즈2', '킹 오브 킹스' 등 애니메이션 작품에까지 밀리며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사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지적 독자 시점'은 해외 113개국에 선판매를 확정하며 글로벌 관객들과 만나는 부분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뉴욕 아시안 영화제(New York Asian Film Festival)와 판타지아 국제영화제(Fantasia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독일 판타지 필름페스트(Fantasy Filmfest) 등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으며 해외에서는 주목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전지적 독자 시점'은 대만, 인도네시아, 홍콩,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세계 각지에 개봉돼 현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작품은 추후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도 상륙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원작에 대한 설정 변경 등으로 쓰디쓴 목소리를 피하지 못했던 '전지적 독자 시점'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흥행 돌풍으로 대중의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