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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CLIP] 할배→누나→청춘…나영석 '꽃보다' 시리즈 완전 해부

12년 이어 온 나영석 '여행 예능' 공식 총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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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나영석 PD의 꽃보다 시리즈는 단순 여행 예능이 아니다. 누군가를 낯선 곳에 데려다 놓고 길 위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지켜보는 형식은 익숙했지만 꽃보다 시리즈가 유독 대중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여행을 통해 사람의 민낯과 관계의 결을 드러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원로 배우들의 황혼 여행을 담은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여성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 꽃보다 누나, 그리고 청춘 배우들의 우정과 당황스러운 즉흥성을 포착한 꽃보다 청춘까지. 꽃보다 시리즈는 세대와 성별, 관계의 형태를 달리하면서도 언제나 "여행은 결국 사람을 보여주는 장르"라는 사실을 증명해 왔다. 꽃보다 할배가 첫 공개된 지 어언 12년이 흐른 지금, 꽃보다 청춘 : 리미티드 에디션이 다시 문을 열면서 꽃보다 시리즈가 왜 여전히 유효한지 새삼 확인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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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시작은 2013년 tvN 꽃보다 할배였다. 꽃보다 할배1박 2일을 연출하며 스타 PD로 떠오른 나영석 PD가 KBS에 사표를 내고 당시 '듣보잡 케이블' 채널이었던 tvN으로 이적한 후 내놓은 첫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2009년 흥행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비튼 제목부터 강렬했지만, 더 놀라웠던 건 출연진이었다. 평균 연령 70대 중반을 넘긴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배낭을 메고 프랑스와 스위스, 대만, 스페인, 그리스를 여행한다는 설정 자체가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여기에 짐꾼 역할로 이서진이 합류하면서 세대 차이에서 비롯되는 묘한 긴장과 웃음이 만들어졌다. 길을 잃고 당황하는 이순재, 형들 사이에서 쩔쩔매는 이서진, 소탈한 백일섭의 일상은 꾸밈이 없었고, 그래서 더 강했다. 케이블 예능임에도 지상파 못지않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기록했고, 다시 보기 열풍까지 일으키며 '할배 예능'이라는 낯선 장르를 대중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작품의 성취는 국내 흥행에 그치지 않았다. 꽃보다 할배는 2014년 백생예술대상애서 TV부문 예능 작품상을 들어 올렸으며, 미국 NBC에 포맷이 수출돼 한국 예능의 위상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판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Better Late Than Never)를 비롯해 이탈리아, 튀르키예,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되거나 공동 제작이 이뤄졌다. 한국 예능 포맷이 미국 지상파로 진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도 컸다. 이후 꽃보다 할배는 스페인, 그리스, 동유럽 편으로 이어지며 시리즈의 뼈대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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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꽃보다 누나는 그 성공을 확장한 스핀오프였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이 짐꾼 이승기와 함께 크로아티아와 터키를 여행하며, 대중이 미처 보지 못했던 여성 배우들의 생활감과 허당미를 드러냈다. 늘 우아하고 절제된 이미지로 소비되던 배우들이 낯선 환경 속에서 헤매고 웃고 감탄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특히 윤여정의 직설적인 화법과 이미연의 엉뚱한 면모는 방송 이후 큰 화제를 모았다. 동시에 꽃보다 누나는 김자옥의 마지막 여행 기록으로 남으며 더 뭉클한 의미를 얻었다. 투병 중이던 김자옥은 방송 종영 약 10개월 뒤인 2024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꽃보다 누나는 예능을 넘어 한 시절의 기록처럼 기억된다.

2014년 첫선을 보인 꽃보다 청춘꽃보다 시리즈의 결을 다시 한번 바꿨다. 원로 배우와 여성 배우의 여행이 관계의 온기와 인간적인 낯섦을 보여줬다면, 꽃보다 청춘은 아예 출연진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여행지에 떨어뜨리는 '납치' 콘셉트로 승부했다. 이적, 유희열, 윤상이 페루로 떠난 시즌을 시작으로, 유연석·손호준·바로의 라오스 편, 조정석·정우·정상훈·강하늘의 아이슬란드 편, 그리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팀의 아프리카 편까지 이어졌다. 꽃보다 청춘의 힘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 앞에서 드러나는 진짜 반응이었다. 당황, 짜증, 웃음, 감동이 모두 계산되지 않은 상태로 포착됐고, 시청자들은 거기서 청춘의 진짜 얼굴을 봤다.

물론 꽃보다 시리즈가 늘 찬사만 받은 것은 아니다.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에서는 출연진의 공공장소 에티켓 문제가 논란이 됐고, 꽃보다 누나에서는 역사적 사실과 다른 자막 사용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잡음 속에서도 꽃보다 시리즈가 살아남은 이유는 분명하다. 포맷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기는 감정은 매번 새로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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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그리고 올해, 꽃보다 청춘 : 리미티드 에디션은 그 유산을 현재형으로 되살렸다.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등 서진이네 3인방이 유튜브 라이브 도중 갑작스럽게 납치돼 5박 6일간 국내 여행을 떠나는 설정은, 익숙한 포맷에 새로운 시대 감각을 입혔다. 해외가 아닌 전주와 남원 등 국내를 대중교통으로 누비게 한 점도 흥미롭다. 해외여행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 오히려 가까운 곳의 낯섦을 다시 발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역발상이 통했다. 지난 3일 공개된 꽃보다 청춘 : 리미티드 에디션 첫 방송 시청률은 4.2%(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6.4%를 기록하며 케이블 및 종편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꽃보다 시리즈의 본질은 여행지가 아니라 사람이다. 낯선 곳에 놓였을 때 드러나는 진짜 관계, 계산되지 않은 감정, 그리고 함께 길을 걷는 과정에서 생기는 유대. 꽃보다 할배는 노년을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꽃보다 누나는 여성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으며, 꽃보다 청춘은 젊은 배우들의 우정을 가장 날것의 형태로 담아냈다. 그리고 꽃보다 청춘 : 리미티드 에디션은 그 오래된 공식을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꺼내 들었다. 12년이 지나도 꽃보다 시리즈가 여전히 통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 이야기는 시대를 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