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을 필두로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등 K-좀비물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장르를 불문하고 다채로운 형태의 스토리가 대중과 만나며 'K-좀비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화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핏빛 사투를 그린다.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김신록, 신현빈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군체는 지난 8일 기준 일일 관객 수 5만2036명, 누적 관객 수 477만9546명을 기록하며 무려 1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스크린에서의 폭발적인 흥행에 힘입어 군체는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 공연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좀비가 집단지성을 형성하며 진화한다는 영화의 독창적인 설정을 모티브로 한 이 공연은 관객 역시 감염될 경우 직접 좀비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관객들은 정해진 동선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대신 주어진 미션 앞에서 스스로 선택을 내리며 극에 개입하고 이 선택에 따라 매 회차 결말이 달라지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9일 개막하는 창작 뮤지컬 더 라스트맨 역시 좀비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좀비 바이러스 사태를 예견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단 한 명의 생존자가 B-103 방공호에 홀로 고립된 채 버텨내는 처절한 과정을 그린 1인극이다.
이 작품은 무대 위에 좀비가 직접 등장하지 않고 오직 '음성'만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한정된 공간이 주는 압박감과 청각적 자극만으로 인물이 느끼는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배우마다 대사와 소품, 디테일한 설정이 달라지는 독특한 구조를 채택해 동일한 상황 속에서도 배우 각자의 개인적·사회적 배경이 투영된 완전히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앞서 1차 출연진(김지온, 홍승안, 김이후, 김찬종)이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무리 졌으며 9일부터는 정민, 주민진, 김려원, 홍나현이 2차 캐스팅으로 합류해 4인 4색 생존자가 펼쳐낼 새로운 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더 라스트맨의 작품성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지난달 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영국에서 공연을 올리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 K-뮤지컬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장르는 다르지만 영화 군체와 뮤지컬 더 라스트맨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방공호에 홀로 남겨진 생존자처럼 함께 탈출을 시도하다 결국 건물에 홀로 고립돼 고군분투하는 권세정(전지현 분)의 고독과 사투에 깊이 집중한다는 점이다. 두 작품 모두 극한의 고립 상황 속에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은유를 녹여내며 극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낸다.
앞서 2022년 넷플릭스에서 야심 차게 선보인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은 공개 직후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에 진입하며 전 세계적인 K-좀비 열풍을 주도한 바 있다.
팬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제작을 확정한 시즌2는 모든 것이 끝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믿었던 순간 새로운 좀비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덮친다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돌아온다.
시즌1의 글로벌 흥행을 이끈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이 다시 뭉쳤으며 여기에 이민재, 김시은, 노재원, 윤가이가 새로운 등장인물로 합류해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좀비물은 더 이상 해외의 전유물이 아닌 한국의 탄탄한 서사와 연출력이 결합된 'K-콘텐츠'의 강력한 흥행 보증 수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스크린과 무대, OTT를 넘나들며 끝없이 진화하고 있는 K-좀비 유니버스가 앞으로 어떠한 작품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