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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ICON] 마이너→메이저…'쇼미'가 뒤집은 한국 음악시장

힙합 대중화 이끈 '쇼미'…아티스트들 '넥스트 페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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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꼬, 바비, 우원재, 비와이 [사진: 엠넷]

한국 힙합이 처음부터 대중음악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만 해도 국내 가요계의 중심은 발라드, 댄스 음악, 아이돌 팝이었다. 힙합은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드렁큰타이거, 가리온, 리쌍, 에픽하이 등 수많은 아티스트의 노력으로 뿌리를 내렸지만, 대중에게는 여전히 '아는 사람만 듣는 음악'에 가까웠다. 공연장과 클럽,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장르였고, 래퍼의 이름이 매주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식하는 풍경은 흔치 않았다.

그 흐름을 크게 바꾼 계기가 엠넷 SHOW ME THE MONEY였다. 2012년 첫 시즌을 시작한 프로그램은 올해 12번째 시즌까지 이어지며 한국 힙합의 가장 강력한 대중화 장치가 됐다. SHOW ME THE MONEY는 힙합을 단순히 듣는 음악에서 보는 서사로 바꿨다. 래퍼의 과거, 가사, 무대, 탈락과 생존이 매주 이야기로 소비됐고, 대중은 랩의 기술보다 먼저 래퍼라는 인물에 빠져들었다. 힙합은 더 이상 지하 공연장에만 머무는 장르가 아니었다. 방송을 타고, 음원 차트에 오르고, 예능과 광고로 확장되는 메이저 음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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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꼬 [사진: 엠넷]

그 변화의 첫 상징은 로꼬였다. 첫 시즌 우승자인 로꼬는 SHOW ME THE MONEY가 무명 래퍼를 대중 스타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이다. 이후 '감아', '우연히 봄', '시간이 들겠지' 등으로 차트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힙합이 거칠고 무거운 음악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넓혔다. 또한 로꼬는 네 번째 시즌에서 박재범과 프로듀서로 출연하며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로꼬의 성공은 래퍼가 방송 우승 이후에도 안정적인 음원형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였고, 힙합 레이블이 대중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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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사진: 엠넷]

바비는 아이돌 래퍼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꿨다. 세 번째 시즌 우승 당시 바비는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신분이었다. 힙합신 안팎에서는 아이돌 출신 혹은 아이돌 지망생이 정통 랩 경연에서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컸다. 그러나 바비는 무대 위 에너지와 공격적인 랩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아이돌 래퍼는 약하다'라는 편견을 깨뜨렸다. 이후 K팝 시장에서 래퍼 포지션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단순히 파트를 소화하는 멤버가 아니라, 직접 무대를 장악하고 자신의 랩을 증명해야 한다는 기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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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이 [사진: 엠넷]

비와이는 SHOW ME THE MONEY가 만든 가장 강력한 실력파 스타 중 한 명이다. 다섯 번째 시즌에서 비와이는 '포에버'(Forever), '데이 데이'(Day Day) 등을 통해 압도적인 랩 실력과 선명한 캐릭터를 동시에 각인시켰다. 특히 빠른 랩, 또렷한 발음, 종교적 신념이 담긴 가사,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힙합 팬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비와이의 흥행은 래퍼가 예능적 캐릭터보다 음악적 완성도로도 대중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후 한국 힙합은 기술과 메시지를 동시에 요구받는 장르로 한 단계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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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재 [사진: 엠넷]

우원재는 또 다른 방향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여섯 번째 시즌에서 우원재는 화려한 플렉스나 강한 공격성보다 우울, 불안, 고립감 같은 정서를 앞세웠다. 최종 우승자는 아니었지만, '시차'는 공개 직후 주요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이는 힙합이 젊은 세대의 내면을 대변하는 음악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줬다. 대중은 승자의 서사만 소비한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청춘의 목소리에도 반응했다. 우원재 이후 한국 힙합은 더 어둡고 개인적인 감정까지 품을 수 있는 장르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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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뮤 이찬혁 [사진: 엠넷]

이렇듯 SHOW ME THE MONEY가 한국 힙합에 끼친 영향은 부정하기 어렵다. 프로그램은 무명 래퍼에게 전국적 인지도를 줬고, 힙합 음원을 차트 상위권에 올렸으며, 래퍼라는 직업을 현실적인 꿈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한국 힙합의 과제는 분명하다. 방송이 만든 성공 공식에서 벗어나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를 지켜낼 수 있느냐다. 

이제 힙합신에 도전할 힙합 새싹들이 SHOW ME THE MONEY 판을 새롭게 흔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