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 씽의 '예상 밖' 주인공은 오정세인 듯하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라는 화려한 이름 사이에서 오정세는 발라드 왕자로 불렸던 가수 최성곤을 연기하며 관객의 시선을 낚아챘다. 한쪽 눈을 가린 장발, 촉촉한 눈빛, 묘하게 진심인 무대 매너까지. 웃기려고 작정한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오정세가 표현한 최성곤은 단순 코믹 장치가 아닌, '사라진 전성기를 아직도 붙잡고 사는 사람'의 얼굴이다. 작품에서 부른 '니가 좋아'는 멜론 핫 100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렸고,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는 150만뷰를 넘었다. 온라인상에서도 "영화 주인공이 오정세 아니냐"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정세의 지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전성기가 아니다. 1997년 영화 아버지의 단역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뒤, 오랜 시간 단역과 조연을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영화 쩨쩨한 로맨스, 남자사용설명서, 극한직업, 스윙키즈, 드라마 미생, 뱀파이어 탐정,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장르와 규모를 가리지 않았다. 주연보다 조연이 익숙했던 시절에도 오정세는 장면 안에서 자기 몫을 정확히 해내는 배우였다.
대중에게 오정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각인된 작품 중 하나로 영화 남자사용설명서가 언급되곤 한다. 오정세는 능청스럽고 과장된 톱스타 이승재 역을 자기 식의 코미디로 살려내며 '오정세표 찌질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는 결정적이었다. 밉상이어야 하는데 미워할 수 없고, 우스워야 하는데 어딘가 짠한 인물. 오정세는 노규태를 통해 생활형 코미디와 인간적 연민을 동시에 끌어냈다. 스토브리그에서는 권경민 역으로 또 다른 결의 현실감을,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문상태 역으로 깊은 감정 연기의 진폭을 보여줬다.
수상 이력도 오정세의 성실한 시간을 증명했다. 오정세는 동백꽃 필 무렵으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조연상을 받았고, 이듬해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같은 부문을 다시 수상했다. 두 작품의 캐릭터는 전혀 달랐다. 한쪽은 허세와 열등감으로 무장한 지역 유지였고, 다른 한쪽은 자기만의 세계와 감각을 가진 인물이었다. 같은 배우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오정세는 매번 다른 호흡과 얼굴을 꺼내왔다.
인터뷰와 수상소감에서 자주 느껴지는 것은 겸손한 낙관이다. 결과보다 과정, 1등보다 함께 걷는 시간을 말하는 배우에 가깝다. 소속사와 재계약하면서도 의리가 아닌 '도움을 더 받고 싶은 좋은 회사'라 표현했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런 태도는 작품 속 캐릭터에도 묻어난다. 오정세의 인물들은 대개 완벽하지 않다. 속 좁고, 얄팍하고, 때론 초라하다. 그런데도 끝내 사람 냄새가 난다. 배우가 인물을 내려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와일드 씽 속 최성곤도 그렇다.
웃긴데 처량하고, 촌스러운데 이상하게 눈이 간다. 오정세는 캐릭터를 조롱하지 않고 끝까지 믿어준다. 그래서 관객은 최성곤을 보며 웃다가도 어느 순간 그가 진심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이 같은 오정세 만의 성실한 방식은 지금 와일드 씽에서 다시 한번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