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회 백상예술대상 with 구찌'(이하 백상) 후보가 지난 13일 공개된 가운데 예능 팬들 사이에서는 뜻밖의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드라마와 영화 부문 못지않게 방송 부문 후보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정작 발표 직후 온라인을 달군 건 '누가 들어갔나'보다 '왜 유재석이 없나'였다. 올해 '백상' 방송 부문 남자 예능상 후보에는 곽범, 기안84, 김원훈, 이서진, 추성훈이 이름을 올렸고, 예능 작품상 후보에는 MBC 극한84, MBC 신인감독 김연경, SBS 우리들의 발라드,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시즌2,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가 선정됐다. 유재석 개인은 물론, 그가 이끌어 온 대표 예능은 이번 후보 명단에서 모두 비켜가게 됐다.
이 지점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무리가 아니다. 유재석은 매 해 TV와 유튜브를 가리지 않고 가장 왕성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예능인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5년 4월1일부터 올해 3월31일까지 공개된 콘텐츠가 '백상' 심사 대상작인데, 해당 기간 동안 유재석은 MBC 놀면 뭐하니?와 SBS 런닝맨, 틈만나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모습을 비췄다. 유튜브에서는 핑계고와 풍향고로 강한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성민, 지석진, 양세찬과 유럽으로 떠난 풍향고 시즌2는 1회 1086만회를 필두로 도합 다섯 에피소드가 공개됐는데 전체 조회수는 4000만뷰가 넘는다. 게다가 콘텐츠는 공개 직후 높은 관심 속에 ENA 채널 편성으로도 이어졌다는 점 역시 주목을 받았다.
'백상' 후보 발표 이후 온라인 반응이 심상치 않다. 팬들은 "핑계고가 빠졌다고?", "유재석만큼 화제성 높은 예능 출연자가 또 있나", "말이 안 된다" 등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 반응을 전체 여론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백상' 발표 이후 온라인 예능 팬덤 안에서 유재석의 노미네이트를 기대한 시선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확인된다.
그렇다고 '백상'의 선택을 무조건 비난할 순 없다. 올해 남자 예능상 후보 라인업을 보면 곽범, 김원훈처럼 디지털 감각과 신선도를 앞세운 얼굴이 있으며 기안84나 추성훈처럼 캐릭터 서사와 장르 확장성으로 강한 존재감을 만든 인물도 있다. 예능 작품상 역시 대형 화제작과 새로운 포맷 실험작이 함께 포진했다. '백상'이 최근 몇 년간 플랫폼 확장과 포맷 다양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익숙한 중심'보다 '새로운 흐름' 쪽에 무게를 실은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백상'은 방송 부문 예능 카테고리에 웹 콘텐츠까지 포함하며 심사 폭을 넓혀 왔다.
그럼에도 유재석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한 팬심 때문만은 아니다. 1991년 데뷔한 유재석은 데뷔 3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지상파와 케이블, 온라인을 오가며 한국 예능의 현재를 설명하는 가장 상징적인 이름 중 하나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조세호의 하차 이후 유재석이 단독으로 진행하며 더욱 안정감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틈만나면,은 시즌4까지 이어지며 SBS 대표 예능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런닝맨은 연출진 변화 이후 반등 흐름이 거론됐으며 놀면 뭐하니? 역시 허경환 합류 이후 반전의 계기를 찾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재석과 유재석의 프로그램들이 단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번 '백상'이 의도적으로 세대교체와 판갈이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이번 '백상' 후보의 핵심은 유재석 개인의 불운에만 있지 않다. '백상'이 지금의 예능 지형에서 무엇을 더 높이 평가했는지, 다시 말해 안정적인 장수 진행자의 영향력보다 새 포맷과 새 얼굴의 돌파력을 더 중요하게 봤는지에 대한 질문이 뒤따른다. 유재석의 이름이 빠졌다는 사실이 심사 오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후보 발표가 예능 팬들에게 "정말 이 명단이 올해 예능판 전체를 가장 잘 설명하느냐"라는 의문을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